직업 이야기
Q: 용준 LP님, 반갑습니다. 먼저, 이전에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셨고 또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말씀 부탁드려요.
첫 직장은 동부그룹이었습니다. 입사 후 제강 영업 부문에서 대리점 주문과 출고 지시 등의 업무를 맡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문제가 많던 저축은행을 살리기 위해 각 부문에서 인력을 차출하게 되었고, 저 역시 그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텃세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 갔습니다. 예금, 대출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지만, 제 성향상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갑의 입장에서 대접받는 상황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작은 성의도 모두 사양하고, 늘 명확한 기준을 지키며 일하는 것이 제 방식이었죠.
어머니께서는 제가 어디 회사의 사장님이 되기를 바라셨어요. 하지만 저는 그 사장을 서포트하는 비서실장의 역할이 저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군 복무 시절 보안사령부에서 행정 업무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비서실장과 같은 역할로 보직이 변경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일이 참 잘 맞았습니다.
저축은행에서 13년을 일한 뒤, 2000년에 푸르덴셜에 입사해, 어느덧 만 25년째 근무 중이네요.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Prudential Financial)은 1989년 한국 시장에 진출하여 30년 가까이 영업을 이어왔으나, 2020년 KB금융그룹에 약 2.3조 원에 매각을 결정하였다. 이후 2023년, 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보험은 통합되어 새로운 생명보험사로 출범하였다.
Q.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요? 좋은 기억, 좋지 않은 기억 모두 괜찮습니다.
전 직장에서 의전 수준이 가장 높은 은행장님을 전담했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회사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부산 은행장님이 새로 오셨는데, 당시 채권관리팀 대리였던 저에게 그분을 전담하라며 과장 직급을 달아주었어요. 이후 총무팀을 총괄하며 은행장님의 모든 일정을 직접 챙기게 되었습니다. 은행장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셔서 점심시간마다 데리고 다니시며 좋은 곳, 좋은 음식을 경험하게 해주셨고, 김영삼 대통령 직계 분들과 인사할 때도 항상 함께했습니다. 그 인연 덕분에 나중에 제가 푸르덴셜로 이직한 후에도 직접 연락을 주셔서 가족들의 보험을 모두 맡기셨습니다.
그분이 그만두신 후에 저는 압구정 지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일이 편한 곳이어서 누군가에게는 좋은 보직일 수도 있었겠지만 제게는 일이 너무 편해서 오히려 도태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에게는 늘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이 중요한데, 일이 수월하니 오히려 답답하고 정체되는 기분이더군요. 그 시기에 아는 후배가 푸르덴셜을 추천해주었고, 처음에는 보험 영업이라는 일이 제 성향과 맞지 않을 것 같아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결국 입사를 결심했습니다. 당시 푸르덴셜은 보험 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곳이었고, 국내 일반 보험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면서, 스스로 노하우를 쌓아가는 방식이 저와 잘 맞았습니다.
Q. 보험 업계에서 굉장히 오래 일하셨는데요. 이 직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소개 요청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소개로 찾아오는 고객이 많은 편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을 화려하게 하거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서두르기보다는, 늘 신뢰를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쌓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회사 내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푸르덴셜에는 기본적으로 판매 7단계 프로세스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고민하며 15단계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각 고객의 상황과 니즈에 맞춰 더 깊이 생각하고,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서였어요. 누구나 따라하는 매뉴얼에 의존하기보다, 저만의 방식으로 고객의 마음에 닿는 접근법을 찾는 것이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이 업에서는 무엇보다 ‘고객 관리’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적인 것에 기대지 않고, 철저한 업무 관리와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쌓습니다. 고객이 어떤 것을 궁금해하기 전에 제가 먼저 답을 준비하고, 불편한 점이 생기기 전에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했어요.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것까지 모두 챙기고, 스스로 떳떳하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의 집에 누수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단순히 ‘보험이 된다, 안된다’로 끝내지 않습니다. 2중, 3중으로 대안을 마련해 드리죠. 업무적으로 만큼은 누구도 저와 고객 간 틈새를 뚫고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일합니다. 그러다보니 고객과 저 사이에는 신뢰라는 게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또 하나, 저만의 작은 원칙이 있는데요. 보험을 해약한 고객에게도 감사 카드를 보내는 것입니다. 떠나더라도 그동안 소중한 인연을 맺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담아 인사드리고,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 달라는 말과 함께 제 이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엔, 고객의 상황을 고려해 보험 해지를 직접 권유하기도 합니다. 보험료 납입이 모두 끝났고,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고객 입장에서 가장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안내합니다. 이런 진정성 있는 태도 덕분에 고객들께서는 오히려 저에게 먼저 고민을 털어놓고,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깊은 신뢰를 보내주십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일하면서 고객 불만 접수는 단 한 건도 없었고, 보험금 지급 사고 역시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고객들은 하나같이 ‘저와 함께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씀해주시는데요. 그런 한 분 한 분의 믿음이 저에게는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푸르덴셜이라는 회사와 일 자체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신 것 같아요.
푸르덴셜은 진입 장벽이 높은 회사였습니다. 국내 종신보험을 처음 들여온 곳이기도 하고, 별다른 광고나 선전 없이도 시장을 장악할 만큼 브랜드 파워가 강했죠.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보험’이라는 인식도 자연스럽게 생겼고요. 실제로 한때 국내 의사의 90% 이상이 푸르덴셜 보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배경 덕분에 푸르덴셜 직원들의 자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살아오면서 많은 선택을 해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결정을 하겠지만, 결국 푸르덴셜에 입사한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자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푸르덴셜은 당시에 특별한 인사정책을 운영했는데, 타 보험사에서 굳어진 좋지 않은 문화를 들여오지 않기 위해 이전에 보험 경험이 없는 사람만 선발해 푸르덴셜만의 철학과 문화를 처음부터 가르쳤습니다. 저도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지금까지 저 다운 방식으로, 제대로 일하는 법을 체득할 수 있었어요.
벌써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저는 여전히 이 일이 즐겁습니다. 특히 고객 한 사람한 사람의 상황을 설계하고, 맞춤형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참 좋아요. 마치 전문적인 기계공이 정밀한 설계를 하는 것처럼요. 최근 회사가 합병되면서 LP라는 말이 Life Planner에서 Life Partner로 변경되었는데요. 저는 여전히 고객들의 삶을 계획하고 함께 그려 나가는 ‘Life Planner’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Q. 그럼 주변 분들도 LP님을 통해서 보험에 많이 가입하시나요?
아닙니다. 저는 주변 지인들에게 절대 저를 통해 보험을 가입하라 권유하지 않습니다. 한 교회를 25년 넘게 다녔지만, 그곳에서 제 고객은 단 한 분도 없습니다. 제가 보험 설계사라는 것 자체를 밝히지 않았죠. 어쩌다 우연히 제 직업을 알게 되신 목사님께서 가족 분들의 보험을 맡기고 싶다고 하셨을 때도, “당연히 해 드려야죠. 단, 제가 이 교회를 떠날 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제가 커리에서 가지는 신념 중 하나가 일과 사적인 관계를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Q. LP님이 생각하는 ‘좋은 직업’이란 무엇인가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일을 해야 한다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얻을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고 믿습니다. 바로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충족할 수 있는 직업이야말로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스스로 즐기며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일. 나아가, 스스로 선택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면 더욱 이상적이겠죠. 결국 좋은 직업이란, 나를 소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성장하게 하며, 삶을 자유롭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직업적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을까요?
예전에 했던 이동 사무실 벤 프로젝트를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다른 것보다 이걸 꼭 다시 해보고 싶을 정도로 애착이 있어요. 돌이켜보면 저는 정말 모든 걸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네요, 하하. 과거에는 벤 말고도 리무진을 이용해서,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예를 들어 아픈 가족을 둔 분들)이 잠시나마 기분 전환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기도 했어요. 그 모습이 신문과 생방송 투데이에도 소개될 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고요.
또 푸르덴셜에서 진행했던 ‘Make a Wish’라는 행사도 기억에 남습니다. 불치병에 걸린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활동이었는데, 경찰이 되고 싶은 아이에게는 실제 경찰복을 입혀주고, 경찰차와 사이드카가 호위해주는 등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제가 가진 일과 자원을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게 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 앞으로도 그런 따뜻한 프로젝트를 꼭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